#. A씨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개발을 위해 토지매입 작업을 진행하자 지난 2022년 11월 사촌동생이 보유한 대지를 수천 만원 주고 저가에 취득했다. 저가 취득 후 양도인 A는 알박기 수법으로 개발사업을 지연시켜 취득가액의 150배에 달하는 양도대금을 ‘용역비’ 명목으로 추가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지난해 4월 수십 억원의 대금을 추가 수령했음에도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A의 형제자매가 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고액 양도대금을 우회 수령하는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
#. 기획부동산 법인 B는 개발가능성이 낮은 임야를 경매 등을 통해 저가로 취득한 후 텔레마케터를 통해 개발 호재가 있고 소액 투자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를 현혹해 해당 임야를 고가에 지분을 양도했다.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 투자자는 투자한 돈을 사실상 전부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들의 총 피해규모는 수천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자 중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300~500명, 70세 이상의 고령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등 이들 대부분이 생계비 또는 노후자금을 활용해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B는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타 지역 거주자나 타 근무처 상시근로자에게 사업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위장해 관련 세금 탈루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서민생활 피해를 야기해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행위까지 저지르는 부동산 거래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9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년간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 하락을 틈타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하는 지능적·악의적 탈세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 거래량은 지난 2020년 202만1865건에서 2021년 162만781건, 2022년 93만3347건, 지난해 92만8795건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04.6까지 올랐던 주택 가격지수는 2022년 98.2, 2023년 96.2로 떨어졌다.
국세청은 부동산을 이용한 탈세 행위를 총 네 가지로 나눠 조사할 예정이다.
우선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지분으로 쪼개 팔면서 텔레마케터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해 서민생활, 노후자금에 큰 피해를 입히는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다. 이들은 가공경비를 계상하거나 폐업하는 등의 수법으로 관련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법인이 취득할 수 없는 농지를 개인 명의로 취득하고 기획부동산 법인이 컨설팅비 등 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흡수하는 형태의 신종 기획부동산도 포함돼 있었다.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주택·토지 등을 취득한 후 알박기를 통해 시행사로부터 ‘명도비’, ‘컨설팅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지급 받았음에도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유형의 탈루 혐의자가 23명 확인됐다.
이들은 시행사가 개발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높은 이자율의 브릿지론(Bridge-loan)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이자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악용해 시간을 지연시키고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보였다.
재개발 지역 내 무허가 건물을 투기하면서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양도차익을 신고하지 않거나 그 취득 자금이 불분명한 혐의자가 32명 확인됐다.
그간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아 거래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국세청 자체 보유 자료와 국토부·지자체·법원 등 관계기관 제공 자료 간 연계 분석을 통해 무허가 주택 거래 현황과 신고 행태를 파악했다. 국세청 분석에 따르면 무허가 건물 거래는 2019년 1218건에서 2020년 1339건, 2021년 1037건, 2022년 848건, 2023년(10월) 572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 소득이 없는 결손법인 등 부실법인이나 무자력자를 끼워 넣어 저가에 양도한 후 단기간에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에 재양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위장해 양도소득세를 악의적으로 회피한 혐의자 18명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특이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탈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기획부동산의 경우 확정 전 보전 압류 및 현금징수를 통해 조세채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은 금융 조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안덕수 국세청은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도 서민 생활에 피해를 입히고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부동산 탈세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신속히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업하여 검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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