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는 그 빈 공간을 메우기로 작정했고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내 주변에 방패막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이용했다. 나는 먹고 먹고 또 먹으며 나 자신을 크게 만들고자, 내 몸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다”
책 ‘헝거’(문학동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쓴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의 몸에 관한 회고록이다.
이 책은 ‘허기(hunger)’의 본질을 파고드는 내면의 목소리가 생생하다못해 서늘함마저 느끼게 하며 몸과 욕망, 고통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이 많은 동시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게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온 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꺼내놓으며 수치심과 외로움이 삶에 미친 영향과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을 고백한다.
부모는 영문도 모른 채 딸의 몸과 식습관을 통제하려 했고, 게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착한 딸 시늉을 하며 십대를 보냈다.
대학에 입학해 가족의 보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되자 그는 자발적으로 실종되어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방황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과거 십대 소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술회한다. 그에게 몸은 내가 만들긴 했으나 나조차도 알아보거나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감옥”이었다.
그는 몸이란 감옥에서 그 사건, 대처 방식, 침묵, 폭식, 방황 모두 자신의 과오가 아닌지 계속해서 되물었다.
그는 이 책에서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뚱뚱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바로 그 사건과 존재 방식으로 인해 자신과 자신의 글이 나올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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