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B2C(기업대소비자간) 밀가루 가격을 최대 10% 인하한다고 밝힌 가운데 밀가루를 주로 쓰는 라면·제과 업체는 "아직 제품값을 내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 제조 업체는 밀가루 가격 인하에도 제품값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환율, 유가, 물류비 등 원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인하를 논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인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CJ제일제당이 기업간거래(B2B)가 아니라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 밀가루 가격을 내린 것이어서 라면 업체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CJ제일제당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제과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자에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내린다고 해도 제품 가격 인하에 반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과자에 들어가는 밀가루 양은 미미해 가격 인하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온·크라운해태 관계자 역시 "밀가루 가격 인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제품 가격 인하를 말하기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CJ제일제당은 다음 달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총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 인하율은 제품별로 3.2%~10% 수준이고 평균 인하율은 6.6%다.

정부 역시 식품 기업을 찾아 물가 안정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8일 오리온 청주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오리온은 자사 과자 원료로 쓰이는 감자 수입처 확대와 설탕에 대한 할당관세 기간 연장 등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훈 차관 방문에서 정부 지원 요청을 건의했고, 가격 인상이나 인하 계획은 없다"며 "다만 원재료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증량이나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과 일부 기업의 제품값 인하에도 라면·제과 기업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가공식품이 아닌 농수산식품"이라며 "매일 먹는 농수산식품 가격이 오르는데 기호식품인 과자·아이스크림 가격 등의 가격이 오른다고 얼마나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제조업체는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을 못하고 있다"며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지난해 가격 인하를 한차례 한 경우도 있다"며 "추가로 가격 인하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정부가 국제 밀 가격 인하에 따른 라면값 인하를 권고하면서 일부 식품회사가 라면, 빵, 과자 등의 가격이 내린 바 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순차적으로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롯데웰푸드도 과자 3종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고, SPC는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최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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