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지으면서 당장 올해 입시에서부터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정원이 대폭 늘어나는 데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많아지면서 지방 의대의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점차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대의 경우 2026학년도부터 지역인재선발 전형 선발인원 일부는 수능 성적을 보지 않고 학생부와 심층 면접만으로 입학생을 뽑겠다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일 의대 정원을 추가로 배정 받은 32개 대학에 오는 5월 31일까지 변경된 사항을 학칙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반영해 오는 5월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장 내년부터 전국 32개 의대 모집정원이 2000명 순증되면서 입시 전반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는 것은 물론, 상위권 이공계열 대학의 커트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1639명 늘어나고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도 4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권 의대 27곳의 입학정원은 2023명으로, 이 중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전체 정원의 52.9% 수준인 1071명이다.

내년부터 이 비율이 60% 이상 확대되면 지역인재전형으로 비수도권 의대에 입학할 수험생은 2198명(3662명X0.6)이 된다. 현재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1071명)보다 약 2.1배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20%로 전국 의대 중 가장 낮았던 강원대와 제주대도 내년부터는 이를 각각 60%와 70%로 대폭 늘린다. 이미 동아대, 부산대, 전남대 등은 신입생 8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에 따라 정시보다 수시 모집인원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지역인재전형의 79.4%(850명)는 수시모집에서 선발했다. 정시 전형 선발 비율은 20.6%(220명)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2198명 가운데 약 80%인 1758명 이상을 수시에서 선발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의대 입학정원(5058명)의 약 35%는 지역인재전형 수시모집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역별 지역인재전형의 수시 선발 비중은 강원권 100%, 대구·경북권 90.2%, 충천권 78.6%, 호남권 76.1%, 부산·울산·경남권 73.3%, 제주권 60%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지방권 의대 합격선도 자연스레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학 1등급을 받은 지방권 고3 학생은 지방권 의대 모집정원(2023명)보다 약 1.7배 정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방권 의대 정원이 3662명으로 늘어나면서 수학 1등급 인원은 의대 전체 모집정원(5058명)의 약 0.9배로 떨어지게 된다. 지방권 거주 고3 학생들의 경우 수학 2등급도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방권 수험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의대 문호가 넓어지면서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 중에서는 '수도권 수험생들에겐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늘어나는 2000명 의대 모집정원 혜택을 지방권 학생들만 누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수도권 학생들도 의대 지원 기회가 지금보단 확대될 것으로 본다.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수시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수시 이월인원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시 선발이 늘어나더라도 수험생들이 대학들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 인원이 고스란히 정시로 넘어오는 것이다. 

당장 내년까지는 수능 최저 기준이 의대 진학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향후 수시에서 수능 최저 기준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능 최저 기준 때문에 수시 탈락자들이 많아지면 지방권 의대들이 이 기준을 낮출 가능성이 있어서다.

제주대의 경우 2026학년도부터 지역인재선발 전형 10%는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학생부와 심층 면접만으로 입학생을 뽑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확대된 의대 정원만큼 지방에서 수능 고득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지방 의대들이 수시 수능 최저기준을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특히 지방권 소재 대학들은 수시에서 중복 합격을 통해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을 수 있어 불안감을 느끼는 대학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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