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기자  / 노인들이 디지털 사진전을 연다는 것도 낯설게 들리는데 그것도 열 한번째로 노인들의 사진전을 연다니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9일 오전 11시에 안산시 상록구청 시민홀에서 ‘황혼의 길손’ 제11회 사진전시회 개막식이 거행됐다. 구청로비에서 1주일간 노인들의 사진작품들이 전시되며, 영정을 무료로 찍어주는 행사로 시민들을 맞이하게 된다.

11년간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우직하게 개최해 온 ‘은빛둥지’ 노인들의 디지털 카메라 사진전시회가 이제 열한번째를 맞이하는 것이다.

은빛둥지가 안산의 한구석 본오동에서 조용히 둥지를 튼지 어언 16년, 동네 노인들의 조그마한 컴퓨터 동아리는 이제 지역사회를 넘어 한국노인들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며, 행동하는 노인사회단체로 성장했다.  







인류사상 처음으로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오늘날 노인들은 관계기관과 정부도 내지 못하는 해결책을 찾아 스스로 자각해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은빛둥지는 지난 16년간 노인 스스로의 자각과 행동이 중요함을 절감했으며, 그 결과로 11번이나 사진전을 줄기차게 이어오게 된 것이다. 

은빛둥지에는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사진학습반이 지난 2005년부터 개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 노인들 20여 명이 1년간 전국 명산대천을 다니며, 촬영공부를 하며, 찍은 작품 중에서 한두 작품씩 골라 모두 100여 점의 작품으로 사진전시회를 개최함으로서 1년간 사진학습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졸업식이기도 하다.

이 사진전시회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초대되고 지역사회단체를 이끄는 활동가와 기관장들이 참석해 새로운 지역문화를 정착시키는 노인들의 작업에 찬사와 격려를 쏟는다.

특히 이번에는 왜인들에게 강탈당한 배달민족 상고사에 터전이었고 이제 민족 대 약진기에 큰 무대를 이뤄줄 시베리아를 탐사하며, 찍은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시베리아, 시베리아 특별전’이 마련돼 이채롭다.    

‘황혼의 길손’ 사진전 특색 중 하나는 자신이 배운 사진기술을 다른 노인들과 나누는 노인들의 영정봉사 현장 스튜디오가 설치돼 있고 많은 노인들을 전시회장으로 초청해 현장에서 무료 영정사진을 촬영 및 제작봉사를 하는 이른바 노노봉사(老老奉仕)를 하는 사업이다. 

매년 500명 이상의 노인들에게 영정을 봉사를 해왔고 올해까지 수혜자는 6000명이 넘어섰다.

사진전 개막식에서 올해에 촬영제작된 영정을 증정하는 증정식이 있는데 봉사자나 수혜자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훈훈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사진반의 봉사는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사회단체들의 활동을 기록해 가는 기록 봉사자로 역할도 수행한다.

사회적경제지원 부서가 수행하는 아카데미, 통일을 부르는 사람들이 꾸려가는 ‘통일포럼’,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노인’, 이건흥 민족사특강 시리즈, 본오실록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오늘을 영상아카이브로 만들어가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보호대상 노인들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분야의 일을 찾아내 적극 참여함으로서 이 사회에 한 자원으로서 자랑스럽고 살아가는 노인들, 활동적인 여생을 살아가며, 디지털시대의 노인상은 어떠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이 사진전시회는 ‘Digital Ageing’의 표상인 것이다.

은빛둥지 노인들은 11년간 전시회를 열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고 단순한 일회성 사진전으로 그치지 않고 노인문제가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는 어두운 오늘날 ‘황혼의 길손’ 사진전을 통해 한줄기 밝은 ‘해결’의 빛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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