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예산을 대폭 투입하면서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의료계에서 정부와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서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의결하면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 거점병원 공공성 확대가 재정 투자 중점 분야로 포함됐다. 필수의료 지원이 재정 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중점 투자 방향에 맞춰 5대 핵심 재정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는데 전공의 수련 지원,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대학병원 연구기능 강화 및 혁신형 보건의료 R&D 지원 등이다.

특히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중에는 전공의의 책임보험·공제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 보상 한도 상향, 분만 외 다른 필수의료 분야까지 확대 등 의료계에서 요구해왔던 내용도 일부 포함돼있다.

이미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중 10조원 이상을 필수의료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 처분을 늦추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의료계 간담회를 통해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지만 의료 현장은 여전히 비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1만 명 이상 이탈한 상태고 의대 교수들도 사직 행렬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 장·차관 파면, 증원 규모 원점 재검토, 전공의 처벌시 총파업 등을 내세우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예산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의대 증원 국면에서 의료계에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당근'으로 풀이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내년도 의료 분야 예산의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각 부처가 예산 요구안을 제출하는 시점이 5월 말까지여서 향후 두 달이 예산 편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이 전에 의료계가 대화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의사 단체와 민간 병원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전날 성명서에서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 단체들과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 의사 파업에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수가 인상에 이어 정부 재정도 과감하게 퍼주겠다며 분기탱천한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는 것인데 정부의 이런 뒷걸음질은 의협과 파업 의사들에게 자신감만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가 필수의료에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에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결코 될 수 없다"며 "병원과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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