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문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하고 그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탄핵소추안 발의 등으로 한동안 가라앉았던 여야 합의의 총리추천 문제가 급부상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자신의 탄핵을 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평가했다. 예정된 대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반발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탄핵교란용 버티기”라며 “국회에서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논의해달라는 것은 탄핵을 피하고 또다른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나 퇴진 일정은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현재 여당 지도부와 어떤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퉁치기”라며 “대통령의 꼼수 정치를 규탄하며 야3당,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이 주도해 탄핵안을 발의하든, 여권의 일부 주장대로 질서있는 퇴진을 모색하든 총리 선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 추진된다면 현재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황 총리가 현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도 황 총리 대행 카드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김병준 총리 카드의 관철 여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불씨가 살아있다. 여야가 합의해 새 총리후보를 내세우려 해도 김 후보자에 대한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이미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밀어붙일지 여부도 미지수다.
 

따라서 새 총리 후보를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소통이 가능한 인사를, 국민의당에서는 자신의 텃밭인 호남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야당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총리 추천에 있어 새누리당의 발언권은 극히 적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사들에게 다시 눈길이 가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전직 총리 및 장관 출신들이 광범위하게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총리 출신으로는 고건·이홍구·김황식·한덕수·이해찬·정운찬 전 총리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는 이헌재·진념·강봉균·윤증현 전 경제부총리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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